[여행] 제주도 나들이_눈덮인 한라산_영실코스
등산을 할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그냥 호텔뒤로 눈덮인 한라산이 보였고 한번 가볼까 해서 가본거다
멀리서 볼때는 몰랐는데 그정도로 높은줄 몰랐고, 그정도로 힘들줄 몰랐다
1월의 어느날 이었다
제주도 왔으니 연돈에 가서 돈까스나 먹기로 했다
돈까스를 먹다가 눈덮여서 한라산 이쁘더라
이말 한마디에 시작되었다
그날따라 돈까스가 참 맛있었는데 말이지..
하필이면 아침에 일어났는데 날도 좋았다
계속 오던 눈도 그치고 말이다
아침까지 눈오면 통제한다고 해서 일어나보고 산에 갈지 말지 결정하자고 한뒤 일어난건데
눈도 그치고 도로도 일부 치워두었다고 나왔다
좋은데 싫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제주도를 온거라 다이소가서 5,000원 짜리 아이젠만 하나 사서 한라산으로 가기로 했다
결론적으로는 처음 등산하며 다이소 아이젠에 평소 신던 운동화, 청바지 정도로도 오르내리기에는 전혀 무리는 없었다
그냥 내 체력이 문제였던거지...
아무튼, 출발합시다!

11시 까지만 입구에 오면 입산이 된다고 해서 9시 좀 넘어 출발하며
일찍 나온다고 생각하고 나왔는데 이미 차가 막히고 있었다
알고보니 새벽부터 와서 등산을 시작한다고 한다
등반로 입구에 있는 주차장을 갔지만 이미 만차라 차를 돌려 내려갔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서야 겨우겨우 차를 주차할 자리를 찾았다
주차하는데 어떤 청년 세명이 탄 차가 와서 자기들 차도 주차하겠다고 앞으로 붙여달라고 한다
대충봐도 절대 두대가 안들어갈 사이즈인데 계속 막무가네로 요구한다
뭐야 저것들은...
사고나기 직전까지 붙여줬지만 역시 주차는 못하고 그냥 갔다
시작부터 아주...그랬다...
그렇게 한참전부터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차하고 등반로 입구까지 가는데만 40분 정도가 걸렸다
오르막이다 보니 은근 오래걸렸다
주차를 한 위치가 탐방 안내소에서 대략 2킬로 정도는 떨어진 거리였고 이때부터 이미 망한 상태였는데 그걸 몰랐다
우리가 주차한 경사로에서 영실코스 탐방 안내소 부분까지만 왔다갔다 하는 택시들이 있었다
얼마나 멀겠어 하며 걸어갔는데
저 택시를 타고 입구까지 올라가야 했다

저렴한 아이젠 손에들고 시작이다!
올라가는 길에 누군가 눈오리를 만들어 두었다
귀여울세~
그렇게 40분 걷고 이제부터 진짜 등산 시작!
영실탐방 안내소를 바로 지난 상태인데 이미 지쳤다
시작전부터 지쳤지만 이미 와버렸으니 정상까지는 가야겠다 싶었다
아니다 싶을때는 포기하는것도 좋은 방법인데 내가 아직 젊은줄 알았던거지..
1시간 정도의 오르막을 걷고나서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아이젠을 끼워주었는데 얼마나 도움되는지는 모르겠었는데 막상 벗으면 미끄럽긴 했다
신발도 그냥 운동화를 신고 간 우리들이다
저기까지만 가면 되나봐! 얼마 안되보여!
라고 생각하고 가르키고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더럽게 멀었다
올라가다 보니 점점 뭔가 이뻐보이긴 한다
슬슬 쉬는 등산객들도 보이고 한다
힘들다...

괜히 사서 고생인가 싶었다
힘들다고 투덜거리시더니 사진찍을 때는 엄청 해맑은신 여친(연상)이시다
주차하고 나서 부터 두시간 정도 올라오니 슬슬 좋은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길은 미끄럽고 등산화가 아니어서 그런가 발도 좀 아픈데 경치보는 맛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힘들긴 힘들다
특히 마스크를 안벗고 올라가서 그런가 숨이 계속 찬다
허억허억
3시간 정도를 올라가다 보니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구름 때문에 앞도 잘 안보이고 눈은 오고
아무 장비도 없이 물티슈에 생수 하나씩 들고 온 우리도 대단하다
중간중간 나무에 눈이 덮히면서 이쁜 산길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다들 사진찍기에 바쁘시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제 구름보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다
분명 지도상으로는 다온거 같은데 끊임없이 길이 이어진다
대체 뭐가 문제지?
대략 등산 시작한지 4시간 정도 지나니 이제 목적지가 슬슬 보인다
올라가는 동안 여친이 계속 물어보신다 얼마나 더 가야하나고 그럴때마다
다왔어~~ 10분이면 되~~
라고 대답했는데 이 대답을 세번정도 했더니 화를 내기 시작하신다
언제 도착하냐고!!

그럴때는 사진찍게 웃어봐~~
라고 하면 된다
단순하시다
그렇게 4시간 정도를 등산하고 난 뒤에야 원하는 목적지인 윗새오름까지 갈 수 있었다
1700미터 지점인듯 하다
올라왔으니 사진을 찍어주자
어지간하면 이런거 사진찍고 싶지 않았는데 여기는 해야만 할거 같았다
모르는 분들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자꾸 사진찍는 자세를 가르쳐 주신다(?)
30분 정도 쉬고나니 어느새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산은 금방 해가 떨어지니 더더욱 빨리빨리 가자고 했다
내려오는것도 어찌나 힘들던지 두 시간 정도는 걸린듯 하다
더 큰 문제는 등산로 입구에서 차까지 가는데 또 30분은 걷다보니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이 걷게 되었다
가능하면 일찍와서 주차를 좋은곳에 하는게 중요한걸 알았다
내려오고 나니 다리가 후들후들..
1주일을 몸살로 고생했다

그래도 진짜 한번쯤은 볼만한 풍경이다
하지만 다시 올라갈거 같지는 않다
동네 뒷산이나 가야겠다
근데 200미터 짜리 동네 뒷산도 올라가면 힘든거 봐선, 내가 문제지 산은 문제가 없는듯 하다